번아웃 - 침묵의 병

번아웃이 와도 몰랐다 

“그냥 내가 조금 피곤한가 보다.”
“다들 이렇게 힘든 거겠지.”
“이건 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까.”

나는 그렇게 번아웃을 몰랐다. 아니, 애써 모른 척했는지도 모르겠다.

"Yes man" 으로 지내온 나 

나는 늘 책임감이 강했다.
누가 맡지 않는 일은 내가 맡았고,
누가 힘들어하는 일은 내가 도와줬다.
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까, 그래 내가 하자.

누군가 나를 보고
“정말 수고 많았어요.”
“당신 아니었으면 이 일 못했을 거예요.”
라고 말해주면, 그게 뿌듯함이 되었고, 그게 내가 존재할 이유가 된 것 같았다.

‘참는 것’이 미덕인 줄 알았다

업무가 늘어나도, 몸이 피곤해도, 감정이 지쳐도
또 순간순간은 버티고,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겠지라 위안했다.

그래서 더 참고, 더 버티고, 더 노력했다.

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데,
그땐 그게 맞는 줄 알았다.
그게 ‘어른스러운 태도’인 줄 알았다.
내가 해오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를 맡음에도...

그러다 무너졌다

어느 순간,
사소한 말에 이유 없이 화가 났다.
웃음이 사라지고, 무기력해졌다.
주말에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.
출근이 너무 버거웠고, 퇴근하면 기운이 쪽 빠졌다.

그리고 그때서야 알았다.
이게 번아웃이라는 걸.
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걸.

나는 왜 몰랐을까?

1. 책임감이 나를 속였다

“이건 내가 맡은 일이니까”라고 계속해서 내 감정을 무시했다.

2. 감정보다 결과를 우선했다

피드백은 좋았고, 성과도 나왔다. 그럼 괜찮은 줄 알았다.

3. 칭찬이 감정을 덮었다

“잘하고 있다”는 말들이 내 내면의 신호를 가려버렸다.

4. 처음엔 진짜 버틸 수 있었으니까

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.

내가 나를 위해 내린 결론

이젠 더 이상 ‘착한 사람’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.
회사에 감정을 기대하지 않는다.
월급만큼만 일하는 비즈니스 모드를 켰다.
오지랖 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.

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,
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.

이유 없는 울컥함,
잠 못 드는 새벽,
무기력한 아침.

이건 ‘내가 나를 너무 오래 방치했던 시간’의 결과였다
내가 믿고 생각했었던 가치관이 달랐음을, 틀렸음을, 그것이 무너짐을 경험했다.
그리고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현실을 맞이하니,
어떻게 일상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야할지 고민하는 시기에 다다랐다.


지금,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

혹시 지금
“그냥 피곤한가 보다”
라고 말하고 있다면,
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.

당신은 이미 충분히 해왔고,
무너져도 되고,
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사람이다.

너무 오래 참지 않아도 괜찮다.
너무 착하지 않아도 괜찮다.

지금 필요한 건,
타인의 인정이 아니라, 나 자신을 향한 인정일지 모른다.